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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름다운 우리말] 글쓰기 수업을 시작하며

글쓰기는 쉬운 수업이 아닙니다. 예전 중고등학교의 작문 수업은 휙 지나가는 수업이었습니다. 시험에도 제대로 나오지 않았기에 학생들은 공부하지 않아도 되는 과목이었습니다. 지금 작문이 그래도 중요하다고 하는 이유는 논술 시험 때문일 겁니다. 시험이 있어야 중요해지는 게 공부라는 점이 서글프지만, 그래도 시험 때문이라도 글쓰기를 연습한다면 다행이라는 생각도 듭니다.   저도 글쓰기 수업을 제대로 들은 경험이 적습니다. 초등학교 때는 그림일기를 쓰면서 작문을 했습니다. 일기의 글쓰기 효과는 늘 의심스럽습니다. 왜냐하면 누구를 보여주기 위해서 글을 쓰는데, 자기 이야기를 써야 한다는 점입니다. 특히 그림까지 그려야 할 때는 죄책감이 가득하기도 했습니다. 한 번도 가보지 못했던 해수욕장을 그리고 일기를 쓴 기억이 납니다. 거짓이었기에 오랫동안 부끄러웠습니다. 지금도 기억에 남아있을 정도로 말입니다.     그 이후 글쓰기 수업은 기억이 없습니다. 국어 시간에 작문은 그저 지나가는 시간이었습니다. 어떻게 쓰는 게 좋은지 첨삭지도를 받은 기억도 없습니다. 아마 저뿐 아니라 대부분이 그랬을 겁니다. 국어가 읽기 위주의 수업이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물론 좋은 글을 읽었던 것이, 좋은 글을 쓰는 데 도움이 되었던 것은 맞습니다. 저는 그런 의미에서 글을 많이 읽지 않은 사람이 글쓰기를 아무리 노력해도 효과가 없을 거라 생각합니다.   다행이라고 할까요? 제가 글쓰기 수업을 들을 수 있었던 것은 재수 시절이었습니다. 고3 때는 논술고사가 없었는데, 재수할 때 논술고사가 처음 생겼습니다. 그리고 그 시험도 그리 오래가지는 않았던 기억입니다. 그때 대입 시험을 마치고 한 달 정도 집중적으로 글쓰기를 배운 기억이 있습니다. 글 쓰는 요령을 배웠다기보다는 내 글쓰기에 어느 부분이 문제가 있는지 깨닫게 되는 시간이었습니다.   대학 2학년 때는 소나기를 쓰신 황순원 선생님께 문장론이라는 수업을 들었습니다. 역시 글 쓰는 기술보다는 글쓰기의 태도를 배울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간명하고, 쉬운 글쓰기를 배울 수 있는 기회였습니다. 지도교수였던 서정범 선생님께 글에 대한 이야기를 들었던 것도 좋았습니다. 국어학자이면서 수필가였던 선생님은 제게도 국어학자와 수필가의 길을 권하셨습니다. 지금 제가 글을 쓰는 시작점이 그때였을 수도 있겠습니다.     글쓰기는 자기를 표현하는 시간입니다. 그래서 거짓을 없애고 자신을 마주하여야 합니다. 저는 제 글 속에 남은 거짓을 지우려 노력합니다. 또한 글쓰기는 자신을 객관화할 수 있는 좋은 기회입니다. 나를 남처럼 바라보면서, 남을 나처럼 바라보는 힘을 얻습니다. 그리고 글쓰기는 그대로 나를 치유하는 시간이기도 합니다. 제가 제자에게 글쓰기를 권하는 이유이기도 합니다. 마음속의 불안이나 우울, 답답함을 글로 풀어보는 것은 좋은 일입니다. 그것을 우리는 언어화라고 하는 데, 말과 글로 자기를 치유하는 과정입니다.   무엇보다도 글쓰기는 힘입니다. 대학을 살아가는 우리에게 지적인 힘이며, 사회적인 힘입니다. 글로 다른 사람의 마음을 움직이고, 사회를 움직일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끝내 글쓰기는 자신의 깊은 내면을 들여다보게 하는 정신적인 힘입니다. 저와 글쓰기를 공부하는 사람들 모두에게 글 쓰는 시간이 치유와 행복, 깨달음의 시간이기 바랍니다. 조현용 / 경희대학교 교수아름다운 우리말 수업 시작 글쓰기 수업 작문 수업 이후 글쓰기

2024-09-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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